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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뛰다'와 '심장이 쿵쾅'일상/끄적끄적 ✏️ 2025. 5. 8. 23:22728x90반응형이적의 단어들제법 쌓인 단편들을 수차례 다듬고, 어디에도 내보이지 않은 미발표작들을 살피며 두 계절을 흘려보냈다. 눈치 빠른 이들은 알아챘다. 그가 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름 앞에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싱어송라이터이자 타고난 이야기꾼. 이적은 그렇게 생애 첫 산문집을 썼다. 마감 직전 그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곁에 머무는 “시간을 견디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적의 단어들》은 어느 단어에서 촉발된 이야기를 엮은 산문집이다. 산문의 외피를 입고
- 저자
- 이적
- 출판
- 김영사
- 출판일
- 2023.05.25
얼마 전, 구독을 해지했던 밀리의 서재를 다시 결제했다. 오디오북을 듣기 위해서였다. 평소 잠깐의 쉬는 시간, 잠들기 전 잠깐을 위해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듣곤 했다. 이게 습관이 된 지는 벌써 수년이 되었는데, 문득 점점 의미 없이 길어지는 유튜브 시청 시간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듣는 유튜버가 광고를 많이 넣는 건지 전보다 광고가 더 자주,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가 광고를 끄기 위해 실눈을 떴다가를 반복하다 잠자는 시간이 속절없이 뒤로 미루어지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제는 유튜브에 수면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리!' 다짐을 하고, 밀리의 서재를 결제했다. 결제를 하고 들을 책을 고르기 위해 '에세이 목록'을 보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설도 나쁘지 않지만, 보통은 금방 잠드는 타입인지라 호흡이 긴 소설은 남는 게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잠자기 전까지 듣는 몇 개 문장, 몇 개의 단락 속에서 작가의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생각을 듣고자 에세이를 찾았다. '이적의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듣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생각들이 이적의 목소리로 전달되었다. 무언가 잊고 있던 것들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내가 잊고, 세상이 잊고 있던 것들 말이다. 이적의 생각들을 듣다가 오랜만에 김동률과 이적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https://youtu.be/vrunZLZn4v0?si=NkOIPIoGYhvkrz9K
카니발 - 거위의 꿈 https://youtu.be/np0s2col2I4?si=fv9Dy89OHKPOlZZF
김동률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적과 김동률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아리는 느낌과 낯설게 마주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습관적으로 가슴이 아리는 이유를 GPT한테 물어볼까 하다가 멈췄다. 오늘만큼은 아날로그의 시간에 빠지고 싶었다. 요즘 회사에서 바이브 코딩이다 뭐다 AI 활용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좀 지쳤나보다. 대학교 때 경제학을 배우면서도 주류 경제학의 '효율성'이 나와 그렇게 잘 맞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그 정점에 있는 개발자 세상에 오니 가끔 힘들 때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도구를 활용해 극한의 효율성을 짜내는 데 온 관심이 쏠려 있는 세상에서는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가슴이 뛰다'와 같은 섬세한 표현을 쓰는 노래가 요즘 얼마나 될까?
사실 오디오 북을 듣기 전까지 제니의 "like JENNIE"를 듣고 있었다.
https://youtu.be/XD00TJ-6WSw?si=YCKEQNKUgqUndgtJ
JENNIE - like JENNIE 제니의 노래와 춤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이적과 김동률의 노래도 들어줘야 하는 것 같다.
'가슴이 뛰다'로 대변되는 섬세한 감정의 세계와
'심장이 쿵쾅'으로 대변되는 강렬/화려/힙함의 세계 둘 다 놓칠 수 없다.
김동률의 목소리는 추억을 소환하는 목소리다. 종종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시대에 태어나는게 제일 좋았을까?"를 고민하다가 내가 태어난 90년대가 좋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곤 했다. 그런데 김동률 목소리를 듣다보니 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2000년대 문화를 즐겼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2000년대, 2010년대생들은?
낭만적이지만 덜 윤택하고 모자람이 있던 시대와 윤택해졌지만 낭만이 없어진 시대. 시대라는 환경을 바꿀 수는 없으니 모자람도 치우침도 없도록 책을 가까이 하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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