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리뷰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내 안의 가능성, 삶을 사랑하기일상/후기 1: 책 리뷰 📚 2021. 12. 5. 09:45
메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노진선역, 인플루엔셜 * 버트런드 러셀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생을 두려워하는 것이고,
인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4분의 3이 죽어 있는 상태다.
* 양자물리학의 다세계해석에 기반한 소설
양자물리학의 다세계 해석은 갈라진 평행우주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양자물리학에서 모든 대체 가능성은 동시에 일어난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다. 상자 속 고양이는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다. 우주 파동함수를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모든 우주는 다른 우주와 중첩되어 존재한다.
인생을 고를 수 있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고싶은 말이 아닐까?
"어떤 게 제일 후회되지? 어떤 결정을 되돌리고 싶니? 어떤 인생을 고를래?"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살았을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삶 중에 한 가지 삶의 미래로 이동한다. 그 삶을 살다 실망하면 자정의 도서관(미드나잇 라이브러리)으로 돌아오고, 다른 삶으로 다시 이동한다.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력해진 마지막 여행에서는 자정의 도서관에 돌아왔다가 본래 삶으로 돌아간다.
* 성공한 삶에도 슬픔은 있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들
노라는 처음에 자신에게 청혼했던 댄과 함께 펍을 운영하는 삶, 올림픽 메달리스트 수영선수로 사는 삶, 성공한 밴드 가수로 사는 삶, 빙하학자로 사는 삶을 경험한다. 하지만 성공한 이 삶들에서 노라는 행복하지 않았다. 자신의 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원했던 꿈일 뿐이었다. 노라는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대로 살았다면 그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을 것이라고 계속 후회했다. 하지만 실상 그 삶들을 경험해보니, 그들의 꿈을 이뤄주어도 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노라의 탓이 아닌데도 노라의 탓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이런 후회만 반복하다가 정작 노라는 자신이 원하는 삶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성공한 삶이라 하더라도 슬프고 절망적인 상황들은 발생하기 마련이었고, 더군다나 자기가 원하는 삶이 아닌 삶에서 행복할 수는 없었다.
성공한 삶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던 삶을 산 것인지, 그리고 주변에 사랑과 친절을 주고받는 이들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몇 달 전 연금술사를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었다. 내 심장이 하는 말에 귀기울이라는 내용의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기계가 아니기에 우리는 우리의 심장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누군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 그리고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친절이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친절을 베푼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리고 내가 베푼 사소한 친절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 나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인생 대부분이 경쟁 속에 있었다. 바라는 것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합격 티켓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고, 대부분의 경쟁에서 불합격 티켓을 받아왔다. 덕분에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내 안의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실패하는 인간으로 단정짓게 되었다. 운좋게 우연히 기회가 찾아오면 낮아진 자존감을 부여잡고 감사히 여기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아직 확신이 없어서 그럴까. 이게 현실적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소설은 다른 관점으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주었다. 내가 합격티켓을 받았을 수도 있는 수많은 우주가 있다. 나는 그저 불합격한, 불합격할만한 인간이 아니다. 다른 평행 우주에서는 합격 했을 수도 있는 인간이다. 이 우주에서는 불합격하는 가능성이 실현되었을 뿐이다. 불합격할 때마다 내 가치를 깎아내렸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한다. 사소한 선택에서 다른 결정을 내렸던 다른 평행 우주에서는 원하는 것을 성취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미래의 내가 어떨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다시 힘을 내서 다른 가능성에 도전한다면, 상황이 역전돼 술술 잘 풀릴 수도 있다.
소설 속 주인공 노라 시드는 우울증과 실직, 재정적 어려움으로 절망에 빠져 자살 시도를 했다가 삶과 죽음 사이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다양한 평행 우주 속 자신의 삶을 경험한다. 덕분에 자신 안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생겨 본래 삶으로 돌아온다. 자살 시도 전과 분명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똑같은 상황이지만, 노라는 이제 의욕적으로 삶을 꾸려나간다. 피아노 레슨 수강생 모집 공고를 내고, 다시 작곡을 시작한다. 그리고 돈을 모으면 석사 과정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꿈을 가진다.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미래를 절망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를 직접 경험한 주인공 노라는 앞으로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숲을 가꿀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살면서 때때로 나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후회가 가득할 때, 한번씩 꺼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 삶을 사랑하기
노라는 보았다.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충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현재의 삶이 초라하다고 초라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일군 결과물은 개인의 것만이 아니다. 환경과 운이 필요하다. 따라서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하찮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잠깐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뿐이고, 나라는 인간 자체가 실망스러운 인간이 아닌데 말이다.
덕분에 책을 읽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한발짝 나아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싶다. "나는 노력하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에 필요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가지려 한다. 노력과 성취가 쌓이고 쌓이면 자신감과 함께 건강한 욕망이 끝없이 샘솟을 것이다. 삶이 활력있고, 재미있을 것이다.
노력했지만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괜찮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노라는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인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봤다. ... 자신을 자연의 멋지면서도 기이한 피조물로 바라보는 상상을 했다. 그저 지각 능력이 있고, 최선을 다하는 동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존중하고, 나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저 내 삶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면 족하다.
[ 책에 나온 문장들 ]
* -하고 싶다
무언가 원한다기보다 결핍을 의미한다.그 결핍을 다른 걸로 채우면 원래 욕구는 사라진다.
* 지금 이 순간, 노라는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인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봤다. ... 자신을 자연의 멋지면서도 기이한 피조물로 바라보는 상상을 했다. 그저 지각 능력이 있고, 최선을 다하는 동물로.
* 삶의 의미만 찾다가는 제대로 살지 못할 것 - 카뮈
* 어떤 삶에서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기지 않아도 승리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듣지 않아도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포도밭에서 수확한 온갖 품종의 포도를 다 먹어보지 않아도 와인이 주는 즐거움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저 눈을 감은 채 앞에 있는 와인을 음미하고, 연주되는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다른 삶에서처럼 온전히 그리고 완전히 살아 있으며, 동일한 범주의 감정에 접근할 수 있다.'일상 > 후기 1: 책 리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가 유현준 저, 공간의 미래, 을유문화사 (1) 2022.03.04 아나운서 이재은,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 (0) 2022.02.21 [ 책 리뷰 ] 박상미, 나의 사적인 도시 뉴욕, 난다 (2) 2021.11.11 팀 페리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 추천합니다 (0)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