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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가 유현준 저, 공간의 미래, 을유문화사
    일상/후기 1: 책 리뷰 📚 2022. 3. 4. 21:53

    읽고 싶게 만드는 책 디자인이다


    * 비판적으로 사고하려는 노력의 시작

    이 책은 제목, '공간의 미래'가 말하는 것처럼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변화와 이로인한 선택의 기로에서, 새로운 공간 시스템을 제안하는 책이다. 주된 테마가 ‘공간’이지만 이는 곧 사회시스템의 미래다. 제안들이 현재 사회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어 한 챕터 한 챕터 곱씹어볼수록 생각을 정리하기 쉽지 않다.
    사실 유현준 교수님의 방송 출연 영상이나 개인 채널 영상을 꽤 오래전부터 찾아 봐온터라 내용이 처음에는 익숙하게 다가왔다. 너무 영상을 많이 봐서 책을 산 의미가 없어졌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이는 교수님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한 생각이었다.
    사실 훨씬 경험과 지식이 많은 건축 분야 권위자의 주장은 처음 들으면 일단 수용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러 번 되새김질해야 비로소 의견을 정리할 수 있다. 교수님의 생각은 현 상황과 크게 달라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마음먹기 시작하자 책이 무척 버겁게 느껴졌다. 비슷한 내용을 이미 전에 들었더라도 그 때 생각을 정리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야 처음 들은 사람처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대선도 다가오고, 앞으로 다가올 사회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거대할 것이라 걱정스럽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느낀게 있다. 일단은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해결 혹은 완화해줄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일단 화제가 되면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혼자 하는 생각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진다.
    교수님보다 젊은 나는 벌써 머리가 굳어져 새로운 시스템을 생각해내는게 고통스럽다.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는 방증이다. 이제부터라도 사회문제에 좌절해 포기하려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새로운 방향을 생각해보려 한다. 지금은 빈약하지만 점점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앞으로의 교육
    평소에도 답이 없다고 느껴져 포기해버리고 싶어지는 교육과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읽으면서 괴로웠다. 지금과 같은 획일화를 통한 평등이냐, 각각의 교육 주체에게 자율성을 주고 맡기는 다양성이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실 선택하기 무척 어려운 문제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부유해졌다고 해도 빈부격차가 커져버렸다. 기술이 발전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다양성에 초점을 둔 교육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다양성을 선택하기엔 부모님과 선생님에 따라 받는 교육의 질적 차이가 클 것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평등을 선택하자니,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그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개개인의 특성과 바뀐 가치 체계를 빠르게 반영하기 힘든 교육부 주도의 획일화된 교육은 계속 되면 지금보다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사회가 점점 더 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현실과 괴리된 교육은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공교육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교육 시스템의 변화는 필수가 되었다. 우리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하는 주제다.

    * 재택근무와 프리랜서
    특정 기업에 속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 입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될수록 기업은 굳이 정규직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재택근무를 마냥 좋아할건 아닌가보다. 물론 법적 규제 때문에 정직원 수를 줄이는 현상이 천천히 찾아올 수는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 보안 때문에 핵심 인력만 정직원으로 고용하고 보안이 덜 중요한 일에는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력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게되면 더 적은 사람만 고용해도 충분하다. 피크타임에 필요한 인력만큼 고용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력있는 사람들은 몇 사람분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역시 쉴 수 없는 세상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인생이다..✍️ 가끔 언제까지 공부해야하나 버겁긴하지만, 공부만 해온 인생이라 다른 걸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긴 하다. 평생 공부해야한다는걸 받아들이려한다.
    전에 다른 자료에서, 많이들 앞으로 인구가 줄면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생각보다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들었다. 임금이 오를 때 나이가 있는 사장님들은 굳이 사람을 더 고용하려 하지 않고 규모를 키우는 것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단다. 그리고 젊은 사장님들은 자기가 일을 더 많이 하는 식으로 고용을 덜 한다고 한다. 세상에 쉬운건 없다. 가만히 있어서 얻어지는건 없나보다.

    * 소셜 믹스를 가능하게 하는 공원과 도서관, 도시 1층면의 활용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원과 도서관을 만들고 사이 사이에 많은 벤치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는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 잠깐 볕을 쬐고 바람을 쐬고 싶을 때 부담없이 갈 곳이 없다. 매일 가는 커피 체인점 밖에 없다. 길에서 잠깐 앉아 쉬고 싶어도 버스 정류장밖에 앉을 곳이 없다. 이는 삭막한 도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몇 없는 큰 공원 근처에서 약속을 정하고, 마음먹고 시간을 들여 가야 한다. 나같은 사람이 많기에 그런 곳은 항상 사람이 많다. 집 근처에 공원과 도서관이 있는 집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자유롭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의 공원과 도서관이 지금보다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무조건 크게 만들려고 하지 말고 동네 사람들을 충분히 수용할 크기 정도로만 말이다.
    책에는 경의선 숲길 예시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이라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곳곳에 선형의 공원이 분포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소수만이 멋진 자연경관을 소유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멋진 경관을 가진 집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비슷한 맥락으로 공간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일반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도시 1층면 곳곳에 배치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자본의 논리에 따른 공간만 무성한 것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는 데 공감해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 자율주행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초등학생때, 매년 과학상상 그림그리기 대회에 나갔던 것을 생각해보았다. 그때는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그저 매년 반복돼온 흔한 소재를 어떻게 잘 그릴 수 있을까에만 초점을 맞췄다. 대회 취지에 맞게 현재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생각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상을 해보려했다면 좋았을텐데 그게 많이 아쉽다. 특히 이 내용이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자율주행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은 평소 내가 불편하게 여겼던 점을 해소해주는 아이디어였다. 인간과 차가 공간을 공유하다보니 부작용이 많다. 교수님의 의견처럼 물류라도 지하로 보내면, 이런 문제들이 덜 발생할거라 본다. 일자리가 줄어드는건 걱정되긴 하지만, 책에 나온 것처럼 피자 한 판 배달을 위해서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가 너무 크다. 인간을 위한 환경을 위해서도, 기후 위기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실행했으면 하는 대안이다. * 국토 균형 발전 방안
    관심있었던 국토 균형 발전에 대한 챕터는 조금 아쉬웠다. 해당 도시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해 특색 있는 지방 도시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내 고향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의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실제로 구상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았다. 무엇을 생각해도 나는 서울이 좋았다… 전통 문화를 앞세우는 도시라면, 북촌 한옥 마을같은 동네를 만들면 되는 것일까? 하지만 북촌 한옥 마을처럼 큰 규모로 구경할거리나 맛집이 많은 지역을 조성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북촌 한옥 마을 옆에는 정말 많은 박물관과 갤러리가 있고, 국립현대미술관도 있다. 공원도 있고 경복궁과 광화문도 있다. 옛날부터 수도 한양이었던 서울은 볼거리가 많아 재미있고 계속 방문하게 되는데 지방은 컨텐츠가 너무 적다. SNS와 시공간 제약을 완화하는 기술의 발달로 맛집에 사람이 몰리듯 컨텐츠가 많은 서울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참 비극이다. 그래도 해결방안은 분명 있을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기업과 기관, 각종 인프라와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쏠려있다. 그나마 대전에는 카이스트와 연구단지가 있기에 이곳에서 융합을 일으키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각 분야 사람들 몇몇을 한 동네에서 일하게 해 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회사 사람과, 그리고 회사 내 접점이 없는 사람들과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학 캠퍼스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들이 한 캠퍼스 내에 있는데 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로 융합이 잘 일어나고 있는가? 궁금했다. 이건 아마 내가 잘 몰라서 이해를 못한 것 같은데 국내외 실제 사례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내용이 부실한 챕터는 아니었지만 워낙 어려운 문제다 보니 기대에 살짝 못 미치는 챕터였다.

    * 기술을 통해 없던 자산을 창조하기
    유현준 교수님 덕분에 아파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아파트는 나라의 부동산 자산을 늘려 지주를 늘렸다. 서울의 도시화가 도시국가처럼 90%를 넘었다. 지방은 소외되고 수도권에 살더라도 자산이 없는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이런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아야겠다.

    * 내가 살고 싶은 곳: 서울이냐 경기도냐 지방이냐
    주말마다 나를 괴롭히는 고민이 있다. 오늘은 어디에 갈까다.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되는데 가장 어려운 고민은 어디에 갈까다. 시간과 노력을 조금 더 보태 사람이 좀 더 많은 곳으로 갈지, 아니면 집 근처 한적한 곳으로 갈지 고민된다. 서울에 가면 재미있고 새로운 곳들이 많지만 어디에 가든 사람이 너무 많다. 여유를 느끼기가 어렵다. 가고오는 것도 고생이다. 출퇴근 러시아워는 생각만해도 끔찍해서 주중에는 약속을 잡고 싶지 않다. 집근처는 익숙하고 특별할 것 없어 아쉽지만 서울보다는 한적해 여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공간에 가야 후회하지 않고 귀중한 주말을 보낼 수 있을까. 항상 너무 어렵다.
    가장 좋은건 영화 기생충 속 이선균 집처럼 집 안에 자연도 있고 햇빛도 잘 들어와서 굳이 카페에 가지 않아도 되는 집에 사는 것이다. 거기다 서울에 살면 시간을 조금만 들여도 금방 나갈 수 있어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집에 사는건 이번 생에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이를 목표로 삼는건 영화 기생충에서 최우식이 그 집을 사서 숨어있는 아빠 송강호에게 자유를 주는 꿈을 꾸는 것과 같다. 쓰고보니 나나 최우식이나 다를게 없다. 심지어 임금보다 집값 상승 속도가 훨씬 빨라 시간이 갈수록 요원해지는 꿈이다. 수도권에 살려고 21세기 소작농이 되어 아등바등 월세내며 지주들 자산 형성에 도움주고 싶지도 않다. 전세도 많은 돈이 묶이고 은행 대출 이자를 내야하니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냥 욕심을 버리고, 최대한 욕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 지방에 내려가 조용히 살아야 하나 고민된다. 욕망을 가지는것 자체가 괴로움이 되었으니 말이다.

    * 라이프스타일 시나리오
    여주시 남한강 주변부 활성화 플랜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여주시를 방문하고, 무슨 활동을 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고 그에 맞춰 도시를 계획하는것 같았다. 무작정 도시를 계획하는게 아니라 창의적이면서 실질적인 시나리오를 먼저 짠다는게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설계 및 공사 후 시민들에게 개방됐을 때 벌어질 일을 예측해야하는만큼 상상력과 경험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항상 학교 근처나 회사 근처에 살려고 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입시 준비를 하느라 건물 안에만 있어도 충분해서 별다른 욕구가 없었다. 대학때는 서울로 올라와 체력이 좋으니 멀리 있어도 이것저것 다양한 곳을 경험하러 돌아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수도권에 있는 맛집이나 카페, 쇼핑몰들에 익숙해지자 주말에 뭘 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아졌다. 지금은 회사랑 가깝지만 취향에 맞지는 않은 동네에 살다보니 내가 어떤 것들을 필요로 하는지 조금씩 느끼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캘리포니아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고, 뉴욕에서는 뉴요커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만큼 내게 맞는 동네가 어디인지 계속 고민해보아야겠다. 내게 맞는 공간을 찾아 삶의 질을 올리고 싶다.

    * 인상깊은 구절들
    -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중산층의 기준이 나만의 독특한 맛을 낼 줄 아는 요리를 할 수 있다,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다 같은 정성적 기준들이다.
    - 우리 사회에서 추구되는 삶의 형식이 10가지가 된다면 행복한 사람이 10배 늘어날 것이다. 100가지가 되면 100배 늘어날 것이다.
    - 재능은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기부해야 하는 거다. 선배들이 재능 기부를 시작하면 이후에 재능 있는 후배들이 재능으로 먹고 살 수가 없어서 그 분야를 떠난다.
    - 문화 강국은 지적 자산이 재산이 될 때 만들어지는 거다.
    - 어느 제약회사에서 창의적인 사람의 특징을 조사했더니 우편배달부나 옆 부서 직원들과 쓸데없는 잡담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를 할 때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 건축가라면 갈등이 있는 곳에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서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 권력은 더 분산되고, 사람끼리의 융합은 늘어나는 공간 체계를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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